본문 바로가기
  • meaningful moment
서평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줄거리 / 감상평

by 로테로테 2025. 1. 9.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줄거리 / 감상평

 

 

 

 

소설은 주인공 영혜가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이 극단적 선택을 통해 자기 내면의 해방을 추구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인간 본성과 사회적 억압, 그리고 타자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영혜는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했던 삶을 살다가 갑작스러운 악몽을 계기로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녀의 채식은 가족과 사회가 기대하는 순응적인 역할을 거부하는 첫걸음이자 전환점으로, 이는 그녀를 둘러싼 가족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영혜에게 이 선택은 억눌린 본능과 자유를 찾으려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단순히 식습관의 변화가 아닌 억압된 욕망과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영혜는 육식을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과의 관계는 점점 더 악화된다. 저자는 그녀와 가족과의 갈등을 통해 인간 본성과 사회적 규범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영혜의 선택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고독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소설은 주인공 영혜와 이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를 세 가지 관점(영혜의 남편, 형부, 그리고 언니)을 통해 보여준다.

남편은 영혜를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으며 그녀를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욕망을 채우는 도구적인 존재로만 바라본다. 그는 그녀의 변화를 '정상이 아닌 비정상적 일탈'로 간주하며 그녀를 통제하려고 한다.

형부는 영혜를 예술적 욕망의 대상으로 삼아 영혜의 취약성을 이용하여 욕망을 채운다. 그 역시 그녀를 도구화하는 또 다른 가해자로 그려진다.

언니인 인혜는 영혜의 선택과 고통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하며, 가족과 달리 영혜를 이해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 역시 억압과 갈등 속에 있음을 깨닫고 내적 변화를 겪는다.

 

 

 

 

 

이들 셋의 시각은 영혜의 진정한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를 단순히 비정상적이고 기이한 존재로 바라볼 뿐, 그 내면에서 비롯된 고통과 선택의 본질을 헤아리지 못한다.

이는 사회적 타자화와 소통 부재를 상징하는 것으로, 영혜라는 동일한 한 인물을 바라보는 것임에도 보는 시각마다 관점과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설에서 특히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영혜가 반복적으로 꾸는 피로 얼룩지고 폭력으로 가득찬 악몽은 억압과 상처를 상징한다. 이 꿈들은 그녀를 채식으로 이끄는 도화선이 된다. 

영혜의 '나무가 되고 싶다'는 외침은 단순히 비현실적인 상상이 아니다. 이는 인간 세계의 폭력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되고자 하는 깊은 갈망을 상징한다. 영혜에게 나무는 생명의 순환과 평화를 상징하며, 나무가 되는 것은 인간적 갈등과 고통에서 완전히 해방된 상태가 되는 것을 뜻한다. 그녀가 '나무가 되고 싶다'라고 고백하는 순간, 우리는 그녀의 현실적 고통과 해방 욕구를 동시에 목격한다.

 

 

 

 

 

영혜의 선택은 끝내 인간 사회와의 결별로 이어진다. 그녀는 자신의 신체마저도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하고, 결국 극단적인 상태에 이른다. 이 과정은 고통스럽고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그녀의 해방을 향한 강렬한 욕망으로 읽힌다. 결말에서 영혜는 사회적 규범과 인간적 욕망을 모두 거부하며 순수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이러한 선택은 그녀의 자유와 해방을 응원해야 할지, 아니면 그녀의 비극을 안타까워해야 할지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채식주의자>는 읽는 내내 불편함과 혼란을 준다. 영혜의 선택과 행동은 때론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보이지만, 이는 사회적 규범과 억압된 관념이 우리 안에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주변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영혜를 바라보는 전개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지금 나는 영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조차도 얼마나 제한적이고 편협할 수 있는지. 소설은 영혜를 통해 이해받지 못하는 타자의 고통을 체감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독자 자신의 가진 편견을 반추하게 만든다.

 

 

 

 

 

한강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와 강렬한 상징은 독자에게 큰 여운을 남긴다. 작품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은 불편함과 경외, 그리고 사유였다. 영혜의 '나무가 되고 싶다'는 의지는 단지 그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가 속한 사회와 인간 본성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그녀의 선택은 끝났지만, 그 질문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다.

 

댓글